김선화 꽃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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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동 댓글 2건 조회 3,462회 작성일 20-08-29 08:1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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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작
7 주차 심화반 본과제 /수필
꽃물
/ 김선화
마을 굴뚝마다 스멀스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춤을 춘다
장대비 한차례 들판을 할퀴고 간 저녁나절은 슬픈 시인의 가슴처럼 허전하다
할머니께서는 축축해진 사랑채에 군불을 지피신다
바짓가랑이를 둥둥 걸어올리시고 논물 보러 가셨던
아버지 "웬 비가 이리 많이 오노" 하늘 쳐다보시고 원망 섞인 혼잣말을 하신다
오늘따라 축 처진 어깨가 쓰러진 수초처럼 쓸쓸하다
마당 한가운데 쑥 한 다발을 화로에 얹어 모기향을 만들어놓고 부엌엔 저녁 준비 한창이신 엄마 매캐한 청솔가지 연기에 눈물을 훔치신다
요란하던 장대비 쓸쓸한 뒷모습 하늘엔 선물처럼
무지개가 떴다
저 무지개를 타고 올라가면 달 나라를 볼 수 있을까?
별을 딸 수 있을까?
눈이 부신 가슴으로 환상 같은 무지개를 바라본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커다란 두리 반상엔 노르 팅팅 한 옥수수가 푸짐하다
"장마가 길어지면 안 되는데 "
아버지의 한숨에도 손가락 선인장 같은 오 남매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어댄다
그 모습 대견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그 눈길 따뜻한 시선 머무는 곳마다 몽글몽글 사랑이 피어난다
"우리 강아지들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거라 어르신 보면 하루 열 번이라도 공손히 인사드려라"
"네 ㅡ" 아버지 무릎 옹기종기 베고 누워 목을 길게 빼고 옛날 얘기 해달라 졸라댄다
"그럼 해주고 말고 똥강아지들"
꿀벌이 없어도 사랑의 꿀이 뚝뚝 떨어진다
옛날 옛적에 쥐가 사는 동네에 큰 홍수가 났지 강을 건너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 강을 건너야 할지 대장 할아버지 쥐 집에 함께 모여 의논을 한 거야
대장 쥐 가 좋은 의견을 냈어 서로서로 꼬리를 잡고 건너면 떠내려가지 않고 무사히 다 건 널 수 있으니 그렇게 하자고ᆢ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아버지만 바라본다
아버지 빙긋이 웃으시며 먼저 대장 쥐가 용감하게 강을 건너려고 물속으로 풍덩 그다음 쥐도 풍덩풍덩풍덩 ᆢ졸고 있던 막둥이 "아직도 이사 못 갔어요?"
"그럼 풍덩풍덩"
목구멍에선 여울물 넘어가는 소리 들리고 하늘에선 반딧불 축제 한창인데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까풀 감겨 막내는 잠이 들어 버렸다
"당신은 참 싱거운 얘기를 하세요"
사랑스런 어머니 핀잔에 허허 웃으신다
어머니 저녁나절 뜯어 놓았던 앵두같이 빨간 봉숭아와 시금 털털한 백반을 넣어 콩콩 빻아 놓으신 종지를 들고 오신다
세 자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서로 물들여 달라고 난리다
넓다란 파자마 잎을 쫙 펴서 손톱에 봉숭아 올려 실로 꽁꽁 묶는다 바라보는 눈길이 사뭇 진지하다
내일이면 열 손가락에 고운 꽃물이 들겠지.
꿈속에서는 봉숭아 아씨가 되는 건 아닐까?
행여 잘못될까 걱정되어 열 손가락 배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잠을 청한다
동이 트기 전부터 일어나 손톱을 들여다보며 야단법석이다 새색시 볼처럼 빨갛게 열 손가락 손톱에 꽃물이 들어있다
어머니께서는 해마다 세 자매에게 꽃물을 들여주셨다
할머니는 쪽물을 들여 치마도 해주셨다 당신들의 사랑을 들여 주셨나 보다
추석이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해서 꽃물이 지워질까 조바심 냈다
올해도 천둥번개 치고 폭우까지 요란스러웠다
빗속을 바라보다 문득 그때가 그리워 뜨락에 곱게 피어 비를 맞고 있는 봉숭아를 따서 백반 넣고 곱게 찧어 손녀 손에 꽃물을 들여준다
어머니께서 늘 해주시던 그때처럼 ᆢᆢᆢᆞ
어머니 생각에 가슴 한편에 그리움이 박혀 아려온다
손녀의 여리디여린 열 손가락 손톱
내 눈시울 여름의 끝자락에서 붉게 물든다
♡♡♡표 어♡♡♡
내 아들이 왕자라면
남의 아들 왕이라 대접하고
내 딸이 공 주라면
남의 딸 중전처럼 귀하게 생각하자ᆞ
하루 한 번이라도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고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삶을 살자.
남의 탓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내 탓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가까이해라.
#완성작
7 주차 심화반 본과제 /수필
꽃물
/ 김선화
마을 굴뚝마다 스멀스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춤을 춘다
장대비 한차례 들판을 할퀴고 간 저녁나절은 슬픈 시인의 가슴처럼 허전하다
할머니께서는 축축해진 사랑채에 군불을 지피신다
바짓가랑이를 둥둥 걸어올리시고 논물 보러 가셨던
아버지 "웬 비가 이리 많이 오노" 하늘 쳐다보시고 원망 섞인 혼잣말을 하신다
오늘따라 축 처진 어깨가 쓰러진 수초처럼 쓸쓸하다
마당 한가운데 쑥 한 다발을 화로에 얹어 모기향을 만들어놓고 부엌엔 저녁 준비 한창이신 엄마 매캐한 청솔가지 연기에 눈물을 훔치신다
요란하던 장대비 쓸쓸한 뒷모습 하늘엔 선물처럼
무지개가 떴다
저 무지개를 타고 올라가면 달 나라를 볼 수 있을까?
별을 딸 수 있을까?
눈이 부신 가슴으로 환상 같은 무지개를 바라본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커다란 두리 반상엔 노르 팅팅 한 옥수수가 푸짐하다
"장마가 길어지면 안 되는데 "
아버지의 한숨에도 손가락 선인장 같은 오 남매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어댄다
그 모습 대견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그 눈길 따뜻한 시선 머무는 곳마다 몽글몽글 사랑이 피어난다
"우리 강아지들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거라 어르신 보면 하루 열 번이라도 공손히 인사드려라"
"네 ㅡ" 아버지 무릎 옹기종기 베고 누워 목을 길게 빼고 옛날 얘기 해달라 졸라댄다
"그럼 해주고 말고 똥강아지들"
꿀벌이 없어도 사랑의 꿀이 뚝뚝 떨어진다
옛날 옛적에 쥐가 사는 동네에 큰 홍수가 났지 강을 건너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 강을 건너야 할지 대장 할아버지 쥐 집에 함께 모여 의논을 한 거야
대장 쥐 가 좋은 의견을 냈어 서로서로 꼬리를 잡고 건너면 떠내려가지 않고 무사히 다 건 널 수 있으니 그렇게 하자고ᆢ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아버지만 바라본다
아버지 빙긋이 웃으시며 먼저 대장 쥐가 용감하게 강을 건너려고 물속으로 풍덩 그다음 쥐도 풍덩풍덩풍덩 ᆢ졸고 있던 막둥이 "아직도 이사 못 갔어요?"
"그럼 풍덩풍덩"
목구멍에선 여울물 넘어가는 소리 들리고 하늘에선 반딧불 축제 한창인데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까풀 감겨 막내는 잠이 들어 버렸다
"당신은 참 싱거운 얘기를 하세요"
사랑스런 어머니 핀잔에 허허 웃으신다
어머니 저녁나절 뜯어 놓았던 앵두같이 빨간 봉숭아와 시금 털털한 백반을 넣어 콩콩 빻아 놓으신 종지를 들고 오신다
세 자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서로 물들여 달라고 난리다
넓다란 파자마 잎을 쫙 펴서 손톱에 봉숭아 올려 실로 꽁꽁 묶는다 바라보는 눈길이 사뭇 진지하다
내일이면 열 손가락에 고운 꽃물이 들겠지.
꿈속에서는 봉숭아 아씨가 되는 건 아닐까?
행여 잘못될까 걱정되어 열 손가락 배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잠을 청한다
동이 트기 전부터 일어나 손톱을 들여다보며 야단법석이다 새색시 볼처럼 빨갛게 열 손가락 손톱에 꽃물이 들어있다
어머니께서는 해마다 세 자매에게 꽃물을 들여주셨다
할머니는 쪽물을 들여 치마도 해주셨다 당신들의 사랑을 들여 주셨나 보다
추석이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해서 꽃물이 지워질까 조바심 냈다
올해도 천둥번개 치고 폭우까지 요란스러웠다
빗속을 바라보다 문득 그때가 그리워 뜨락에 곱게 피어 비를 맞고 있는 봉숭아를 따서 백반 넣고 곱게 찧어 손녀 손에 꽃물을 들여준다
어머니께서 늘 해주시던 그때처럼 ᆢᆢᆢᆞ
어머니 생각에 가슴 한편에 그리움이 박혀 아려온다
손녀의 여리디여린 열 손가락 손톱
내 눈시울 여름의 끝자락에서 붉게 물든다
♡♡♡표 어♡♡♡
내 아들이 왕자라면
남의 아들 왕이라 대접하고
내 딸이 공 주라면
남의 딸 중전처럼 귀하게 생각하자ᆞ
하루 한 번이라도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고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삶을 살자.
남의 탓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내 탓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가까이해라.
댓글목록
이성구님의 댓글
이성구 작성일
전국이 흐리고 곳곳에서 비가 내립니다 비는 내일 오전에 대부분 그치겠고 겨울비 치고는 다소 많이 내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김선화 선생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글 배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종합문예유성님의 댓글
종합문예유성 작성일
고운 시향에 포근히 취해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향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