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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혜정 비닐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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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선 댓글 2건 조회 2,309회 작성일 20-05-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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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힘든 날이었어,
온종일 장 보느라 온몸이 너덜너덜해졌지
나도 좀 홀가분하게 살고 싶었어
그래서 당당히 말했지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그랬더니 갑자기 멱살을 잡고 덤비는데
뭐 어쩌겠어,
탈탈 털리고 말았지
휴지까지 던지고는
 "썩을 놈!" 하더라니까,

너무 황당해서 눈물이 다 바스락거렸지만
비비적거리기 싫어 입을 동여매기로 했지
주는 대로 받아주니 날 쓰레기 취급하더라고,

우린 여기까지라 생각하고
땅속에 처박혀서는 꼼짝도 안 했지
속은 문드러져도 난 꿋꿋했어

이게 벌써 수십 년 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생생하다니까,

내가 진짜
썩지 못해 산다,

댓글목록

바다님의 댓글

바다 작성일

썩지 못하는 신세라니 ..아직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듯합니다

종합문예유성님의 댓글

종합문예유성 작성일

고운 시향에 흠뻑 취해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