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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옥 맛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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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합문예유성 댓글 0건 조회 2,251회 작성일 20-02-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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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이 있다

파전 김치전 등 부침개 종류가 그렇고 특히 손칼국수가 그렇다. 그 이유를 어떤 학자는 빗방울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의 음파와 프라이팬의 기름이 끓는 소리를 낼 때 유사한 음파가 발생하고 그런 연유에서 빗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유난히 부침개를 연상하게 된다고 분석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충북대 국어생활연구소가 청주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70대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연구해 발간한 책자에는 청주 토박이말 중에 손칼국수를 누룽국 으로 표현해 사용한다고 했다. 어머님의 고향이 청주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누룽국이 손칼국수의 청주지역 방언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어머니는 대청마루에 밀가루 포장지를 넓게 편 누런 종이를 깔고 함지박에 밀가루를 반죽해 긴 홍두깨 방망이로 큰 가마솥 뚜껑만 한 크기로 손칼국수를 밀어내셨다.

반죽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솔솔 뿌려가며 손칼국수를 밀어내실 때면 어린 아들은 대청마루에 얌전히 앉아서 숨을 죽이고 무엇인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손칼국수를 다 밀어내시면 역시 밀가루를 솔 솔 뿌려가며 썰기 좋을 만큼의 크기로 착착 접으셨다.

나무 도마 위에서 쓱쓱 칼이 지나가며 국수 가락이 쌓여갈 때마다 어린 아들은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무심한 듯 칼질을 하시지만, 어머니 입가에 보일 듯 말듯 옅은 미소가 번지던 날은 아들에게 손칼국수 꼬랑지를 한 뼘쯤 이나 남겨 주셨고 왠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운 날이면 반 뼘이 채 되지 않는 꼬랑지를 남겨주셨다.


남겨주신 꼬랑지를 아궁이 불에 노릇 노릇 구워내면 바삭바삭 한 것이 고소하기도 하며 정말 별미 중의 별미였다.

그래서 어린 아들은 비가 오는 날을 늘 기다렸고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손칼국수를 밀어내셨다.

지금도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대청마루에 앉아서 홍두깨로 손칼국수를 밀어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구수하게 끓여주시던 누룽국이 간절하다. 비가 내리던 날 어머니와의 추억 때문이다


앞뜰에 백합이 얼추 내 키만큼이나 자라나 꽃망울을 맺었다 지나가던 옆집 영식 할머니가 백합이 필 때면 장마가 시작되는데 하시며 하늘을 올려본다. 올여름 긴 장마가 오면 유난히 어머니가 그리울 것 같다 어머니의 누룽국이 무척이나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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